많이 공개하고 모든 것이 눈에 보이는 시기가 있다. 반대로 겉으로는 조금 조용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화면 뒤에서 모든 것이 동시에 움직이는 시기도 있다. 지난 열흘 정도의 FRED가 정확히 그렇다.

이번 9월의 시작은 많은 정리에서 출발했다. 전후 사진을 찍을 만한 화려한 정리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한 곡씩, 하나의 세계씩 다시 살펴보며 묻는 정리다. 우리는 지금 정말 어디까지 와 있는가? 무엇이 끝났는가? 무엇은 아직 더 다듬어야 하는가? 무엇을 세상에 내놓아야 하고, 무엇은 단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서둘러 내놓지 말아야 하는가?

그리고 내가 ‘우리’라고 말할 때, 그건 그냥 표현이 아니다.

한국에서 돌아온 뒤에도 함께 시작한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다시 수천 킬로미터가 우리 사이에 놓였지만, 관계까지 멀어진 것은 아니다. 프랑스와 한국, 일본 각자의 자리에서 팀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화상회의를 이어 간다. 함께 곡을 듣고,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어떤 선택은 다시 테이블 위에 올리고, 어떤 선택은 마침내 확정한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과 그것이 프로젝트에 무엇을 가져왔는지는 곧 별도의 글로 더 길게 이야기하고 싶다. 그만한 이야기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최근 며칠 동안은 사이트 작업도 많이 했다. 프로젝트가 자라는 만큼 사이트도 함께 자랐고, 이제는 오늘의 FRED가 실제로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 줄 수 있어야 했다. 각각의 세계가 더 분명해졌고, 몇몇 곡은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되찾았다. 프랑스어, 영어, 한국어, 일본어도 이제 훨씬 더 하나의 구조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MIROIRS도 점점 형태를 갖추고 있다. 하나의 곡이 다른 언어와 문화로 이동할 때 기계적으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각 언어 안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자매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제 이 생각은 프로젝트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 이것 역시 팀 작업이다. 언어는 단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노래는 더더욱 그렇지 않다.

8월은 특히 풍성했다.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한 곡이 또 다른 곡을 불러냈으며, 여러 세계가 넓어지고 새로운 방향이 우리가 적어 두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열리기도 했다.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음악을 발표하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이다.

처음 FRED는 한 곡씩 앞으로 나아갔고 싱글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존재하는 것과 아직 태어나고 있는 것들을 보면, 여러 곡을 함께 묶는 발매가 점점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 같다. 물론 앨범도 있고, 때로는 EP도 있을 것이다. EP라는 말을 낯설게 느끼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싱글보다 내용이 많고 정규 앨범보다는 짧은 중간 형식이다.

언젠가는 한 달에 한 곡, 심지어 보름에 한 곡씩 따로 발표하는 방식만으로는 지금 만들어지는 것을 제대로 보여 주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미 몇몇 곡은 더 큰 묶음과 세계, 이야기에 분명히 속해 있다. 여러 곡이 자연스럽게 서로 답하고 연결된다면, 억지로 싱글의 연속으로 잘라 내기보다 함께 살아가게 하는 편이 더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음악 자체도 계속 앞으로 간다. Néon Noir의 세계는 더 넓어지고 있고, 여러 언어 버전이 이미 작업 중이며 앞으로 몇 주 동안 새로운 작업도 시작된다. 이제는 곡을 하드디스크에 계속 쌓아 두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제대로 끝낼 수 있도록 실제 작업 일정을 세웠다. 어떤 곡은 빠르게 나아갈 것이고, 어떤 곡은 며칠 그대로 두었다가 다시 들어야 할 것이다. 때로는 건드리지 않는 것도 작업의 일부다.

그리고 앞으로 며칠도 속도가 느려질 것 같지는 않다.

9월 13일부터 20일까지 팀 전체가 프랑스에 모여 일주일을 함께 보낸다. 한국에서 돌아온 뒤 계속 이어 온 화상회의를 지나, 다시 같은 장소와 같은 공간에서, 무엇보다 스튜디오에서 함께 일하게 된다.

아주 밀도 높은 한 주가 될 것 같다. 많은 녹음과 청취, 테스트와 재녹음, 여러 선택이 기다리고 있고, 아직 아이디어로만 존재하는 몇 가지 놀라운 일이 실제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다. 프랑스와 한국, 일본 사이에서 멀리 떨어져 준비하다가 모두가 한곳에 모이는 순간, 작업의 크기와 에너지가 갑자기 달라진다.

그 모든 과정 속에서도 다음 발매는 다가오고 있다. Néon Noir 일본어 버전은 9월 18일 공개된다. FRED EP는 10월 2일 뒤를 잇는다. 그다음에는 Prière rouge, Les veaux regardent passer le train, 첫 번째 MIROIRS, Goût de fer가 기다리고 있다. 조금씩 곡들은 단순한 목록이 아니라 하나의 길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번 9월을 시작하며 내가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아마 그것이다.

나는 늘 아이디어가 찾아오면 그것을 따라가며 작업했고, 그 방식은 바꿀 생각이 없다. 다만 그 자유 주변에 이제 조금 더 단단한 것이 생기고 있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도 계속 움직이는 팀, 리듬과 방법, 점점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여러 세계, 그리고 각 곡에 필요한 시간과 자리를 주려는 태도다.

준비되고 있는 것은 정말 많다.

아직 모든 것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FRED